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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가족 예능이 불편한 이유

글 : 안혜선

사진: MBC <일밤-아빠!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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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TV를 틀면 유명 연예인 또는 연예인 가족의 일상을 관찰하는 형태의 '가족 예능'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요즘 예능가에 가족 예능 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 방송사들은 저마다의 가족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가족 예능은 시청률 보증수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가족 예능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전에도 가족 예능은 존재했다. 2009년 방영된 <스타 주니어쇼-붕어빵>이나 <자기야> 등이 그 예이다. 하지만 지금의 가족 예능 붐을 일으킨 가족 예능의 시초는 2013년 방영된 <일밤-아빠! 어디가?>이다. 당시 <아빠! 어디가?>의 등장은 꽤 신선했다. 자녀와 함께 여행을 다니며 추억을 쌓고 그 과정에서 유대감을 형성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인데,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아 시즌1을 성황리에 마치고 시즌2까지 인기를 이어갔다. <아빠! 어디가?>가 인기를 얻자 방송가에서는 비슷한 형태의 가족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가족을 미디어에 노출시키지 않았다. 사생활 침해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가족을 공개함으로써 인지도를 얻는 것을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 예능에 출연해 이른바 '대박'이 나면 수많은 광고를 섭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시청자들이 가족 예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가족 예능을 '보기 불편하다'라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요즘같이 가족 예능이 넘쳐나는 가운데, 이들은 왜 "가족 예능 싫어요!"를 외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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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 미칠 수 있어

​사진: 윤민수 인스타그램(좌), 김성주 트위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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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예능 중에서 특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유명 연예인들의 어린 자녀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성장해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부작용이 따르기도 한다. <아빠! 어디가?> 시즌1에 출연했던 윤후 군과 김민국 군이 그 예이다. 방송 당시 8살, 10살이었던 윤후 군과 김민국 군의 안티카페가 개설된 것이다.

 

아무리 안티카페가 인기의 방증이라지만 다 큰 성인들이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아이에게 악플을 남기고 비난을 가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대체 이들이 안티카페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자신보다 한참 어린아이가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TV를 통해 보고 있자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못난 열등감이 불쑥 튀어나와 표출된 것이 아닐까. 이들은 미성숙한 어린아이들의 천진난만하고 솔직한 모습을 "마음에 안 든다", "지질하다"라고 힐난하며 심지어 아이들의 외모까지 지적했다.

 

모든 사람은 미성숙한 존재다. 성인들도 불완전한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만약 <아빠! 어디가?>에 장성한 자녀들이 출연했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 집에서 잠을 자게 되더라도 짜증을 내거나 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재미는 반감되었을 것이다. 가족 예능의 진가는 어린아이들의 꾸밈없는 솔직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이 배배꼬인 몇 시청자들은 세상의 잣대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연예인과 그 자녀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힌다. 사실 아이들을 향한 비난과 악플은 <아빠! 어디가?> 기획 초기부터 제기되어왔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였다. 건강한 가족 예능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시청자들의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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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과 대조되는 삶에 상대적 박탈감 느껴

사진: 송일국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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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가족 예능이 초반에는 자연스러운 육아기를 담지만, 이후에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가지 체험활동을 담는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해 연예인 가족의 일상생활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일반인들은 자녀에게 많은 경험을 제공하고 싶어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어 할 수 없는데 연예인들은 너무도 쉽게, 자주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족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연예인의 호화로운 거주 공간이나 이색 여행지, 식당, 놀이공원, 고급 자동차, 고가의 유아용품 등은 더욱 거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사실 평범한 직장인들은 아무리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도 자녀에게 이러한 경험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냉정하게 말하자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의 삶을 '그들이 사는 세상'이라고 지칭하며,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가족 예능은 더 이상 리얼리티가 아닌 판타지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또한 최근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펫족이나 혼자만의 삶을 즐기는 싱글족, 자녀를 낳지 않는 딩크족, 한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한부모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는데, 대부분의 가족 예능은 부부 또는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한정적인 가족의 형태만 보여주고 있다. 이에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추어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미디어의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다. 지금처럼 일반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조성하는, 그리고 한정적인 가족의 형태만 보여주는 가족 예능이 계속해서 양산된다면 연예인들의 삶과 대조되는 삶은 '불우하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규정짓는 사회적 풍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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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스타를 만들기 위한 발판으로 느껴져

사진: 조혜정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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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2세가 연예계 활동을 하는 것은 꽤나 흔한 일이다. 하지만 가족 예능에서 얼굴을 알린 연예인 2세가 본격적으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자 "가족 예능이 스타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 것이 아니냐"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2015년 방영된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한 배우 조혜정이 그 예이다. 사실 그는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하기 전부터 <신의 퀴즈 시즌4>를 비롯해 <연금술사>, <처음이라서>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단역 및 조연으로 출연한 바 있다. 하지만 <아빠를 부탁해> 출연 이후 웹드라마 <상상고양이>의 주연으로 발탁되자 이른바 '금수저 논란'이 일었다. 아버지인 배우 조재현의 영향력 덕분에 비교적 쉽게 주연을 꿰찬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조혜정을 향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계속되자, 그의 친오빠인 조수훈은 SNS 댓글을 통해 네티즌에게 반격했다. 그는 조혜정의 SNS 게시물에 악플을 단 네티즌을 향해 "저희 금수저인 것은 저희도 안다"면서도 "금수저라고 조용히 찌그러져 살아야 하냐"라고 일갈했다. 이어 "태어나서 본인이 하고 싶은 삶에 도전조차 해볼 기회가 없냐"며 "저희 집은 지금 악플다시는 분들이 생길 것 같아서 <아빠를 부탁해> 출연도 1년 동안 거부하다 결국 힘든 결정으로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제 동생은 어려서부터 연기자가 꿈이어서 중학교 때부터 예술학교를 다니다가 대학도 연기과로 미국에서 오디션을 본 뒤에 입학했다"며 "대학도 빽으로 들어갔다고 할 거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조수훈의 댓글이 캡처가 되면서, 남매는 또다시 네티즌의 역풍을 맞았다. 이에 조수훈은 "지금 인터넷에 떠도는 글은 특정 악플러 한 분께 답글을 단 것"이라며 "악플 내용이 '금수저라서 할 것 없어서 연기한다'는 내용이었기에 금수저 언급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살면서 단 한번도 부모님 덕으로 받는 것들을 당연시 여지 않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다"며 "저와 제 동생 모두 다른 분들과 똑같이 노력했다고 말씀드릴 수 없지만, 항상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더 간절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비판과 충고의 말씀은 감사하지만 악플은 자제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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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고려한 프로그램 필요해

사진: tvN <둥지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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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방송국의 개수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물론 방영되는 프로그램 개수도 적었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의 선택의 폭도 매우 좁았다. 하지만 현재에는 방송국도, 방영되는 프로그램 개수도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한 프로그램이 히트를 치면, 여러 방송국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개수는 많아졌지만, 그 많은 프로그램들이 다 거기서 거기다.

 

아무리 가족 예능이 유행이라지만 그 수가 너무 많다. 게다가 천편일률적이어서 같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드는 예능을 원하지 않는다. 유명 연예인들의 친근한 모습에 공감을 느낄 수 있는, 그리고 마음껏 소리 내어 웃을 수 있는 예능을 원한다. 가족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고려한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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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혜선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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