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히스토리] 원조 아이돌 H.O.T.가 돌아왔다!
글 : 안혜선
사진: MBC <무한도전>
1996년 9월, SM엔터테인먼트는 5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H.O.T.를 탄생시켰다. 데뷔하자마자 신드롬을 일으킨 이들은 1990년대 후반을 평정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한국의 대중문화를 이끈 것은 물론 중국 시장까지 섭렵해 한류의 문을 연 것이다. H.O.T.는 역대 아이돌 그룹 최초로 최다 음반 판매량을 달성했으며, 방송 3사 가요대상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또한 자작곡으로 대상의 영예를 거머쥐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가수 최초로 잠실 주경기장 공연 매진 신화를 일으켰으며, 역대 최대 팬클럽을 형성하는 등 아이돌계의 레전드답게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수많은 소녀팬들을 설레게 했던 H.O.T.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H.O.T.는 'High-five Of Teenagers'의 약자로, '10대들의 승리'를 의미한다. 반드시 알파벳은 대문자로 써야 하며, 점도 세개 다 찍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하얀 우비 소녀(H.O.T. 팬클럽: 클럽 H.O.T.)들에게 뭇매를 맞을 수 있다.
초창기에는 H.O.T.를 '핫'으로 읽는 사람들이 많았다. H.O.T.의 첫 데뷔 무대에서 배우 김혜수는 H.O.T.와 핫을 동시에 사용하기도 했다. 당시 아이돌 문화를 제대로 아느냐 모르느냐는 H.O.T.를 어떻게 읽느냐로 판단됐다. H.O.T.는 줄여서 '에쵸티' 또는 '쵸티'라고 불리기도 했다.
H.O.T.는 아이돌 그룹의 정의를 완성한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이 메인보컬, 서브보컬, 래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비주얼의 센터, 귀여움이 가득한 애교남, 남자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훈남, 지켜주고 싶은 막내 등 각 멤버마다 맡은 역할이 있다. 이러한 아이돌 그룹 멤버별 콘셉트와 역할을 최초로 완벽하게 구현한 것이 H.O.T.다.
실제로 2집 수록곡인
엄청난 인기에 특이한 굿즈까지 등장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현재에는 다양한 콘셉트의 아이돌 그룹이 존재한다. 즉 10대 소녀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모든 10대 소녀들이 H.O.T. 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일한 라이벌로 젝스키스가 활동했지만, 실질적인 인기는 H.O.T.가 압도적이었다.
당시 H.O.T.의 이름을 딴 음료수가 등장하기도 했다. '에쵸티'라고 귀엽게 쓰인 글자 아래 H.O.T. 멤버들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 소녀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정확하게 어떤 맛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주변에 빈 음료수 캔을 모으는 중고등학생 언니들이 참 많았다.
또한 H.O.T.는 대한민국 최초로 교육부에서 '조퇴금지령'을 내리게 한 가수이기도 하다. 처음 조퇴금지령이 내려진 것은 1999년 9월 18일, H.O.T.의 콘서트가 열린 날이었다. H.O.T.의 10대 팬들이 무더기로 학교를 조퇴하고 H.O.T.를 보러 가자 교육부에서 조퇴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게다가 콘서트로 인해 지하철 연장운행까지 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H.O.T.의 엄청난 인기 탓에 특이한 굿즈가 등장하기도 했다. H.O.T. 멤버들의 머리카락 12개와 면봉으로 입안 세포를 채취해 각 멤버별 DNA가 들어있는 목걸이를 만든 것. 지금 생각하기에는 다소 충격적이지만, 당시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핫한 아이템이었다.
멤버들 간의 불화설, 그리고 해체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H.O.T.의 해체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흔한 공식 입장조차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려진 것은 멤버 문희준과 강타를 제외한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이 일방적인 방출 통보를 받고 해체되었다는 정도다. 멤버별 상이한 계약 문제로 인해 일부 멤버가 반발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멤버들 사이에 불화가 생겨 해체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해체 이후 문희준과 강타는 SM엔터테인먼트에 남아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문희준은 록커로 활동했는데, 전 국민이 안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사실 H.O.T. 세대가 아니라 문희준을 이때 처음 알았는데 나중에 H.O.T 출신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강타는 <북극성> 등의 히트곡을 발표한 후 아시아 활동에 전념했고, SM엔터테인먼트의 이사가 되었다.
한편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은 2001년부터 프로젝트 그룹 JTL을 결성해 2003년까지 활동을 이어나갔다. 이후에는 세 사람 모두 솔로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장우혁은 <지지않는 태양> 등을 히트시키고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을 펼치다가 턱관절 문제로 인해 공익근무 후 제대했다. 토니안은 솔로곡 <유추프라카치아>를 히트시키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다가 TN 엔터테인먼트, 스쿨룩스 등의 사업이 성공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재원도 음반을 발매하며 솔로 활동을 했으나, 지망생에 대한 성폭행 의혹 사건으로 준비 중이던 정규 2집을 중단하게 됐다. 조사를 받던 중, 이재원은 범인이 아니고 일행 중 한 명이 피해자에게 성희롱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사전 구속 영장이 발부되기 전에 고소 취하가 되지 않아 합의를 거치게 되었다.
2018년 1월, 다시 만난 H.O.T.
사진: MBC <무한도전>
그동안 H.O.T.의 재결합과 관련해 숱한 이야기가 있었으나, 빈번하게 논의와 무산을 거듭해왔다. 앞서 강타는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H.O.T.가 해체된 것은 멤버 간 계약과 관련해 서로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며, 오해는 1년 정도 후에 다 풀었다고 설명했다. 문희준 역시 분열 당시 멤버 간 사이가 좋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이후 2010년 SM엔터테인먼트 이사인 강타가 재결합을 천명하겠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오보임이 밝혀졌다. 또한 QTV <20세기 미소년>에서 문희준이 "해체 이후 재결합 이야기가 몇 번 오갔지만, 전설은 전설로 남기자는 데에 멤버들 모두 동의했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1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과연 전설로 남는다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재원 역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재결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재원이 제대하던 날 멤버들이 모두 모여 재결합 시기를 밝힐 계획이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결국 불발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2014년 MBC <무한도전>에서 토토가 특집에 H.O.T.를 섭외하기 위해 강타가 출연했다. 강타는 H.O.T의 재결합을 조심스럽게 보고 있었으며, 결국 토토가 출연은 불발됐다. 하지만 토토가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이 H.O.T. 코스프레를 했고, 토토가에 출연했으면 싶은 가수 설문조사에서 H.O.T.가 1위로 뽑히기도 했다.
그러던 중 재결합설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2016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당시 라이벌이었던 젝스키스가 토토가2를 통해 재결합을 공식화함에 따라 H.O.T. 재결합에 대한 관심도 증가한 것. 게다가 무한도전 멤버들과 이수만 프로듀서가 비밀리에 회동을 가졌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이후 재결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거의 완료되었으나 최종적인 협의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또다시 불발되었다. 숱한 논의와 무산을 거듭해온 H.O.T.의 재결합은 결국 2018년 1월 23일, <무한도전> '토토가3'에서 이루어졌다.
여전히 뜨거운 H.O.T의 인기
사진: 토니안 인스타그램
한편 <무한도전>이 H.O.T.의 재결합 소식을 알리자 설 연휴와 겹친 공연 날짜를 바꿔달라는 팬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교복 위에 하얀 우비를 입고 H.O.T.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던 10대 소녀들이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한 가정의 며느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2018년 1월 15일 일산 MBC드림센터 공개홀에서 H.O.T.와 '토토가3' 특집 무대를 연다"라고 밝히자, H.O.T. 팬들은 시청자 게시판에 설 연휴가 겹친 공연 날짜는 지방 팬들과 유부녀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정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학교를 조퇴하고 H.O.T.를 보러 공연장으로 향하던 10대 소녀들은 30대가 된 지금, 여전히 식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학창시절의 전부였던 H.O.T.의 재결합 무대를 보며 함께 웃고, 울었다. 20년 만에 다시 만난 H.O.T. 멤버들이 반가워서, 그때 그 시절 추억에 젖을 수 있어서.
다섯 멤버가 다시 만나 팬들 앞에 서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 H.O.T.가 어떤 행보를 이어나갈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동안 기다려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멋진 무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다만 이번에는 지방에 있는 팬들과 유부녀가 된 팬들의 일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날짜와 장소를 선정할 필요가 있겠다.
글 : 안혜선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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