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걸그룹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멤버들, 어떻게 지내나
글 : 권예랑
눈에 띄는 여성 아이돌 그룹이 부재했던 시기, 혜성처럼 등장했던 걸그룹이 있다. 뛰어난 미모와 가창력으로 무장했던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가 바로 그 주인공. 미모면 미모, 가창력이면 가창력, 댄스면 댄스.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녀들이지만, 어느 샌가 모습을 감추며 추억 속 걸그룹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실력파 걸그룹을 논할 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SM의 야심작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2000년대 초반, 아이돌 명가 SM의 걸그룹 S.E.S가 해체됨에 따라 SM을 대표하는 걸그룹 자리에 공석이 생기게 된다. 이후 S.E.S의 뒤를 잇기 위해 걸그룹 밀크, 신비 등이 데뷔했지만 연이은 실패를 하며, 아이돌 명가 SM는 절치부심하게 된다. SM에서 앞선 두 그룹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야심차게 론칭한 것이 바로 천상지희. S.E.S 이후 7년 만에 4인조 여성그룹을 기획하며, 걸그룹 시장에 다시 한 번 뛰어들게 된다.
멤버로는 2001년 솔로가수로 데뷔해 주목을 받았던 다나, 2002년 이삭N지연으로 데뷔해 얼굴을 알렸던 지연(린아)을 주축으로 일본에서 활동하던 보라(선데이), 청소년 경연대회에서 대상으로 입상한 연습생 스테파니로 구성되게 된다. 중국으로 진출했던 다나, 미국에서 자란 스테파니, 일본에서 가수를 준비했던 선데이, 한국에서 활동한 린아가 모이며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활약할 걸그룹이 탄생하던 순간이었다.
여성판 동방신기
천상지희(天上智喜)라는 이름에서 얼핏 느껴지듯이,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동방신기의 여성판으로 결성된 그룹이었다. 동방신기처럼 데뷔 초창기에는 각각의 멤버 앞에 천무(天 舞, 하늘의 춤)스테파니, 상미(上美, 천상의 아름다움)린아, 지성(智聲, 부드러운 소리)선데이, 희열(喜悦, 행복)다나라는 예명을 붙여 사용하기도 했다.
각 멤버의 이름 앞 글자를 따 ‘천상지희’라는 그룹명을 사용했으며, 4인조 아카펠라 팝 걸그룹이라는 문장으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는 동방신기가 지향했던 아카펠라 댄스그룹과 일맥상통 하는 것으로, 천상지희가 동방신기 여성판 그룹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카펠라 화음이 들어간 발라드곡으로 활동을 하기도 했으며, 예능 프로에 나와 본격적인 아카펠라 화음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동방신기와 비슷한 컨셉의 기획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만다. 당시 동방신기는 신화 이후로 맥이 끊겼던 2세대 아이돌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그룹으로, 수많은 소녀팬들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 동방신기의 여성판 그룹이라는 이유로 데뷔 초부터 많은 안티들을 끌어 모았으며, 이는 여성팬 지지층을 견고하게 다졌어야 할 천상지희에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남게 된다.
마케팅의 실패
천상지희가 뛰어난 미모와 가창력, 댄스 실력을 겸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억 저편으로 사라진 이유에는 마케팅의 실패가 컸다. 데뷔 당시 이미 스테파니를 제외한 다나, 린아, 선데이 등의 대다수 멤버들이 데뷔를 했던 이력이 있기 때문에 소위 ‘재활용그룹’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력파 걸그룹이라는 이미지를 한껏 강조하며, 가창력을 내세울 수 있는 발라드곡 ‘Too Good’으로 데뷔하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후속곡이었던 댄스곡 ‘부메랑’보다 현저히 임팩트가 떨어지며, 천상지희의 야심찬 데뷔를 물거품으로 만든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후속곡 ‘부메랑’ 및 각종 예능프로에서 스테파니의 독무가 화제가 되며 다시금 주목을 받았지만, 돌연 일본 진출을 선언하게 된다. 그러나 데뷔 싱글이 오리콘 첫진입 110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오히려 다음 싱글에서 한국 활동 기간을 줄여가며 일본 활동을 지속해 더욱 더 안 좋은 결과를 낳고 만다. 이후 일본에서 내는 싱글마다 모두 오리콘 차트 100~200위권 대의 저조한 성과를 보이며, 다시 한국으로 귀국하게 된다.
사진 : 대한적십자사
이후 이미지 쇄신을 위해 개명하게 되는데, 팀명을 천상지희에서 ‘천상지희 The Grace’로 변경하고, 각 멤버들 앞에 붙던 한자명을 없애고 ‘다나 the grace’와 같이 이름 뒤에 the grace를 붙이게 된다. 이는 본래의 팀 색깔인 아카펠라 팝 그룹 이미지를 더 살리기 위함이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대중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며 천상지희라는 팀을 각인시키는데 장애물이 되고 만다.
전성기 이후 유닛 활동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타이틀곡 선정 미스와 무분별한 일본 활동, 뜬금없는 개명으로 연이은 악재를 겪던 천상지희는 데뷔 2년 만에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하며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SM 걸그룹으로서는 최초로 강도 높은 섹시 컨셉이었던 노래 ‘한번 더, OK?’를 통해 활동하며 데뷔 이후 음악방송 첫 1위, 댄스음악상 및 여자그룹상을 수상하게 된 것. 이 때 멤버 개개인의 인지도가 상승하는 것은 물론, 팬클럽 회원 수의 급증, 음반 판매량의 상승 등 데뷔 이후 최고의 전성기 시절을 맞이했다. 특히 후속곡 ‘Dancer In The Rain’은 단 한 번의 음악 방송 출연이었지만 역대급 걸그룹 라이브 영상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이 시기에는 그토록 고생했던 일본에서도 드디어 반응이 오기 시작하며 인지도를 쌓는가 싶었지만, 곧 스테파니의 허리 부상이라는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결국 스테파니는 활동을 중단하고 치료를 위해 부모님이 계시는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천상지희는 스테파니를 제외한 3인체제로 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스테파니의 활동 중단이 길어지고, SM에서는 새로운 걸그룹 소녀시대를 론칭함에 따라 천상지희는 더욱 완전체 활동이 어려워지고 만다.
사진 : SM 엔터테인먼트
후배 걸그룹인 소녀시대가 승승장구하는 사이, 멤버들의 SM계약 종료 루머, 스테파니 왕따 루머 등의 근거 없는 소문으로 속앓이를 하던 천상지희는 2011년 컴백소식을 알리게 된다. 그러나 스테파니와 린아가 없는 다나, 선데이의 2인 체제 컴백으로 천상지희 다나&선데이를 결성해 디지털 싱글 ‘나 좀 봐줘’로 활동하였다.
2012년까지만 해도 다나&선데이의 유닛을 통해 천상지희라는 그룹이 유지되어왔지만, 이제는 잠정적인 해체 그룹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식 해체 발표는 없었지만 천상지희 공식 사이트가 폐쇄되고, 스테파니가 소속사를 이적해 SM 홈페이지에 있는 천상지희 프로필에 스테파니가 빠지게 됐기 때문. 결국 더 이상의 완전체 컴백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며, 각 멤버의 개별 활동으로만 근황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어떻게 지내나
사진 : 린아 SNS
천상지희의 맏언니인 린아는 활동 중단 이후,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하며 CEO로 변신했다. 그러나 곧 폐업을 하며 뮤지컬배우로 전향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몬테 크리스토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하며 출중한 가창력을 뽐내는 중이다. 특히 2014년, 배우 장승조와 결혼해 주목을 받았으며, 최근 결혼 3년 만에 임신 소식을 알리고 예비 엄마의 대열에 합류했다.
사진 : 영화<설지>
다나 역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으며, 뮤지컬 외의 다수의 예능 프로에도 얼굴을 비추었다. 특히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 파리잡는 파리넬리(KCM)과 함께 역대급 듀엣 무대를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JTBC <힙합의 민족2>에 출연해 래퍼로 깜짝 변신을 시도했다. 또한 솔로 활동 시절 <논스톱3>에 출연해 연기 활동도 해 왔던 만큼 영화 <설지>의 설지역, 드라마 <황금 주머니>의 금두나 역을 맡아 열연하기도 했다.
사진 : 선데이 SNS
슈퍼주니어의 예성, 나윤권을 제치고 2001년 SM 청소년베스트선발대회에서 노래짱 1위를 수상했던 선데이. 다나와의 유닛 활동 이후, 2013년 중앙대학교 공연영상창작학부 연극전공에 늦깎이 신입생으로 입학해 학업 활동에 전념했다. 이외에도 하이스쿨 뮤지컬, 싱잉인더레인, 조로 등의 뮤지컬에 출연하기도 했으며 2016년 SM STATION에서 딕펑스의 김태현과 ‘보여(still)’을 발매하며 주목을 받았다.
사진 : 스테파니 SNS
2009년 허리 통증 치료차 미국으로 떠났던 스테파니는, 건강이 회복된 뒤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에 입학하게 된다. 이후 LA발레단에 입단해 발레 공연 투어를 다니며 무용가로서의 커리어를 다시금 쌓았다. 이후 다수의 솔로앨범을 발매해 변함없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선보였으며, 뮤지컬을 비롯한 각종 예능 및 드라마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사진 : SM 엔터테인먼트
실력파 걸그룹을 이야기 할 때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각 멤버의 실력과 미모가 뛰어났던 것에 비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지 못해, 더욱 더 아쉬움이 남는 걸그룹이다. 활동을 중단 이후에도 그들의 파워풀한 무대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각자의 무대에서 활동 중인 네 명의 멤버 모두가, 언젠가는 다시 뭉쳐 한 무대에 서는 모습을 기다려 본다.
글 : 권예랑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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