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중독되는 막장 드라마의 지겨운 전개 요소 10
글 : 권예랑

사진: MBC <왔다장보리>
조금 과장을 보태 제목과 배우들만 다를 뿐이지 지겨울 정도로 똑같은 스토리를 선보이고 있는 막장 드라마들. 처음엔 ‘저게 드라마야?’라는 충격과 나름대로의 신선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막장 드라마’라는 하나의 갈래가 생긴 것 마냥 우후죽순으로 방영되는 막장드라마들을 볼 때면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기 마련. 이제는 재미보다는 지겨움이 앞서는 막장 드라마들은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다 본 것 같은 이 느낌이 든다. 막장 드라마의 뻔하디 뻔한 전개요소들, 지금부터 살펴보자.
기억상실증
사진 : MBC <압구정백야>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리 주변을 돌아봐도 찾기가 힘든데, 드라마만 보면 그렇게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사람이 넘쳐날 수가 없다. 주인공부터 시작해 악역 등등 역할을 막론하고 걸리는 기억상실증은 막장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요소 중 하나. 대부분의 기억상실증은 인물이 중요한 사건을 안 직후, 혹은 중요한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 나서던 바로 그 때에! 예기치 못한 사고의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사고 이후 병원에 실려 간 주인공이 눈을 뜨고 난 뒤 하는 말 “누구세요?”. 기다렸다는 듯이 내뱉는 대사에 주인공의 주변인물들은 놀란 토끼눈을 뜨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별로 놀랍지도 않다. 간혹 가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 연기를 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지겨운 것이 사실이다.
출생의 비밀
사진 : MBC <왔다! 장보리>
기억상실증과 더불어 막장 드라마의 필수요소로 손꼽히는 출생의 비밀. 사실 출생의 비밀이 없는 막장 드라마는 앙고 없는 찐빵일 뿐이다. 서로 죽일 듯이 싸우던 이들이 알고 보니 친형제였다던지,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던 이들이 알고 보니 친자매였다던지 등등. 드라마 속에 어떻게 해서든 버무려야 하는 금단의 사랑과 꼬인 족보를 위해선 출생의 비밀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 결국 원수든 친구든 라이벌이든 피를 나눈 형제자매란 걸 알게 되는 순간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부터가 달라지게 되기 때문. 특히 대부분의 출생의 비밀은 극 중 인물들은 모르고 시청자들은 아는 상황으로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많은 시청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우연히 등장하는 택시, 버스
사진 : MBC <전설의 마녀>
일상생활에선 택시 하나를 부르려면 택시 정거장까지 나가야 하고, 버스를 타기 위해서 최소 오분 이상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주인공에게 있어서 기다림이란 없는 법! 이상하게도 막장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택시나 버스는 마치 대기라도 타고 있었던 듯이 바로 바로 등장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인다. 물론 드라마 전개상 남자주인공의 손을 뿌리치고 긴급하게 달려 나온 여자주인공이 발을 동동 구르며 5~10분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 애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택시나 버스 중 열에 아홉은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것이 사실. 이제는 지겹다 못해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재벌가의 후손
사진 : MBC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막장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 혹은 주인공의 배우자는 반드시 재벌가의 후손으로 등장하게 된다. 혹시라도 두 인물 모두 평범한 일반인으로 등장하게 되었다면 잠시만 기다려보자. 둘 중 한 사람은 반드시 재벌가가 어렸을 적에 잃어버렸던 자식, 또는 병원에서 바꿔 치기 당해 자신의 본 핏줄을 모른 채 살아왔던 자식으로 등장하게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막장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재벌가들은 대부분 주인공과는 달리 표독스럽고 잔인하며 간사한 성격으로 묘사되는 것이 대부분. 이러한 재벌가의 갑질과 행패에 맞서 자신만의 권리와 사랑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주인공이 해야 할 일이 된다.
한 번의 만남으로 사랑에 빠지는 경우
사진 : SBS <아내의 유혹>
“첫눈에 반한다는 말, 믿으세요?” “그럼요. 전 당신을 처음 봤던 그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는걸요” 이 소름 돋고 닭살 돋는 말은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사 중에 하나이다. 외모는 물론 성격, 학력, 집안 등등 보고 따질 게 많아 결혼하기 어렵다는 말은 현실에 국한된다. 막장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든 이들이 현실보다는 사랑을 쫓는 로맨티스트이며 운명에 목숨을 거는 용기 있는 자들이다. 물론 그 사랑을 얻고 지켜나가며 행복한 결말을 맺는 것이 드라마의 내용이지만, 너무도 ‘드라마틱’하게 사랑에 빠지는 인물들을 볼 때면 ‘드라마는 역시 드라마야’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공항에서 사람 찾기
사진 : MBC <내 딸 금사월>
우리나라의 인천국제공항은 여객 터미널 규모만 무려 15만 평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곳이다. 하루에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서 도대체 어떻게 사람을 찾겠다는 걸까? 심지어 아무런 연락도 닿지 않는 상황에서. 그러나 걱정 할 필요가 없다. 막장 드라마 안에선 공항 안을 몇 번 뛰어다니기만 하면 금방 찾을 수 있기 때문. 탑승 수속부터 보안 검색, 출국 심사까지. 해야 할 일이 많아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서도 떠나는 사람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멈칫하기도 한다. 결국 배경음악과 찾는 사람만 긴장감 넘치지 정작 보는 시청자들은 긴장감 제로인 공항씬은 두 사람의 만남으로 끝맺게 되는 것이 당연지사이다.
어렸을 적부터 시작된 인연
사진 : MBC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주인공들은 꼭 잊지 못할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한두 개씩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억들은 꼭 공백기를 지나 이들이 성인이 된 후의 사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영향을 미치게 되는 방식은 다양하다. 어릴 적 헤어졌던 첫사랑이라든지, 우연한 계기로 바뀌게 된 집안이라든지, 혹은 죽을뻔한 위기에서 구해준 생명의 은인 등등. 어쩔 수 없는 계기로 연락이 끊겼지만 추억을 간직한 두 주인공은 반드시 만나게 되고, 어린 시절의 인연을 운명으로 바꾸며 연을 지속하게 된다. 놀란 토끼눈과 함께 “그게 너였어?” 라는 대사는 필수. 귀여운 아역배우들을 보는 건 좋지만 이제는 너무 뻔해 특별하게 여겨지지도 않는 전개 요소이다.
대부분의 시어머니는 악역
사진 : MBC <백년의 유산>
막장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시어머니는 악역이다. 그것도 아주 지독하고 깐깐하고 뻔뻔한 유형의 시어머니로 등장하게 된다. 아들이라면 쩔쩔매는 아들바보의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며느리 앞에만 서면 “미친년”과 같은 대사를 서슴지 않는 악역의 전형. 만약 이 시어머니가 재벌가에 속했다면 카페에 앉아 며느리에게 “얼마면 돼?”라며 돈다발을 건네는 장면쯤은 안 봐도 비디오이다. 이러한 시어머니를 만난 주인공 며느리는 결혼승낙을 받기도 참 힘들었지만, 결혼 후 본격적인 시월드를 만나며 고생길이 열리게 된다. 주부 시청자들의 공감을 동반한 분노를 끌어올리며 지겹더라도 막장 드라마를 보게 하는 일등공신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혼 반대
사진 : MBC <백년의 유산>
막장 드라마에 있어 순탄하게 결혼에 골인하는 주인공들은 없다. 집이 가난하다든지, 예정된 신부(혹은 신랑)가 있다든지, 그냥 애 자체가 맘에 안 든다든지 이유는 제각각이다. 보통 집안의 차이를 들먹이며 결혼을 반대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이 때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앞서 말한 시어머니가 된다. 얄미운 시누이는 덤으로 따라붙어 결혼을 결사반대하니 아주 답답할 노릇이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안돼!”,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저런 애랑 결혼을 하니!”, “우리 애 돈 보고 접근하지마” 등등의 대사와 더불어 주인공에게 아메리카노 혹은 물 한잔씩은 던져주는 것이 보통이다.
결국은 권선징악
사진 : MBC <왔다! 장보리>
수십 회가 넘어가는 동안 주인공은 주인공대로 고군분투하고 악역은 악역대로 발악을 하지만, 결국 엔딩은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음 고생, 몸 고생했던 주인공들은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온갖 악행으로 분란을 조장했던 악역은 죽거나 다치거나 감옥에 가는 것으로 끝을 맺게 된다. 특히 주인공은 주인공으로서의 아량을 베풀며 악행을 저질렀던 악역을 용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악역들 역시 아무리 욕이 나올 정도의 못된 짓을 했더라도 끝에 가서는 눈물을 보이며 후회의 갱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 다반사. 결국 인생은 권선징악이다, 그러니 착하게 살자! 라는 뻔한 교훈을 뻔하게 표현해낸다.
글 : 권예랑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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